빅데이터가 금융업에 줄 충격

빅데이터, 보험, 금융업

실리콘 밸리에서 면접 보던 시절에 Fitbit 데이터로 의학 관련 업무를 할려고 하는 스타트업을 본 적이 있다. Fitbit으로 맥박을 추적하면 한 개인의 건강과 생활 습관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그걸 제약업체에 넘겨주기 위한 자료 처리를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필자가 워낙 의학 관련 지식이 없어서 솔직히 모르겠다고 대답하고는 더 이상 면접을 못 봤는데,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그걸 제약업체만 쓸려고 할까는 의문이 들었다.

얼마전에 보니 John Hancock이라는 보험회사가 Fitbit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보험 프리미엄을 할인해주겠다고 광고를 냈더라. 정보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유전적으로 질병이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을 놓고 볼 때, 질병이 없는 사람이 보험을 가입하려는 의지가 낮고, 질병이 걸릴 것 같아 불안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생명보험 가입하려면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건강 진단 내역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가서, 보험회사들이 평소 행동 양태에 대한 엄청난 정보가 담긴 Fitbit 데이터까지 이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예시를 보면 빅데이터가 앞으로 금융업을 여러가지로 바꿀 기회의 광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예상 가능한 것들, 혹은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을 좀 정리해보자.

 

1. 위험 관리 (Risk Assessment)

서두에 언급한 Fitbit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인간의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필자가 스마트폰에 깔린 운동 추적앱으로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 조깅은 몇 키로를 뛰었는지, 그 데이터를 장기간 모으면 얼마나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모두 파악할 수가 있다. 더군다나 손목에 차고 맥박을 계속 추적하는 기기를 쓰면, 언제 맥박이 올라가는지, 하루에 몇 번이나 올라가는지, 그 시간대가 보통 움직이는 시간대인 출근시간, 식사시간인지, 다른 시간대라면 혹시 사무실에서 업무가 맥박을 높이는 일은 아닌지 등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런 정보가 있으면, 생명보험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 프리미엄을 정하기가 정말로 쉬워진다.

뿐만 아니라, 운전 실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평소에 운전 습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더군다나 GPS기능으로 자주가는 장소를 파악하고 나면, 그 지역이 우범지대인지, 보안이 잘 되어 있는 곳인지를 알 수가 있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이런 정보를 다 갖고 있으면, 당연히 운전 실력이 미숙하고, 운전 습관도 거칠고, 우범지대에 자주 가는 사람에게 보험 프리미엄을 높게 매길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보험료 산정 방식을 보면, 나이가 어린지, 자동차 차종이 뭔지, 결혼은 했는지 등이었다. 물론 이런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모델이 충분히 훌륭한 예측을 할 수 있겠지만,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서 얻는 데이터로 찾아낼 수 있는 개인 행동 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비하면 새발의 피가 아닐까?

실제 적용할 때는 웨어러블 기기를 자주 벗는 사람들이 생겨서 별로 좋은 데이터를 못 얻을 것 같기는 하다. (실제로 필자가 면접봤던 회사에서 가장 고민하는 문제도 그거였다. What to do with “Missing data”?)

 

 

2. 부정행위 탐지 (Fraud Detection)

갑자기 신용카드 회사에서 “방금 푸에르토리코에서 결제하신 내역 있으십니까?” 같은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가? 필자는 오밤중에 그런 연락을 받고, 지금 집에서 잘 자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그랬더니 카드가 해킹된 것 같다고 바로 새 카드를 배송할테니 지금 갖고 있는건 오늘부터 쓰지말라고 하더라.

서울에 있는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뜬금없이 카드 결제를 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니 이런식으로 부정행위를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만든 것 같은데, 이제 빅데이터 시대가 되면 이런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신용카드, 스마트폰 최근 사용내역과 GPS 데이터를 결합하면, 어젯밤까지 서울에서 결제를 했던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서 그 다음날 새벽에 그것도 온라인 판매 상품이 아닌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면? 새벽에 필자에게 전화해서 단잠을 깨울 필요도 없다. 그냥 결제 거절을 해 놓으면 된다.

보험사들은 어떨까? 사소한 차 사고에도 새로 싹 수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가격의 보상을 해줘야했지만, 이제 그런 꼼수는 안 통하게 된다. 그런 뒷거래를 도와줄 수 있는 수리 센터 직원과 보험 가입자의 관계는 서로 모르는 사람일까? 아는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 당연히 SNS로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그 무렵에 개인적인 통화를 했을 것이고, 최소한 장기간 알고 지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SQL 쿼리 몇 번이면.

무서워지시는가?

 

3. 마케팅 (Marketing)

보험사들이 가장 원하는게 뭘까? 신규 고객, 특히 장기간 보험료를 납입하는 고객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럼 제일 좋은 방법은? 그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최저가로 (그렇지만 이윤을 크게 손해보지 않으면서) 내미는 것이다. 마케팅에서 그런 말이 있다. Right person, Right time, Right product. 최적의 상품을 최적의 시간대에 딱 맞는 사람에게 들고 가는 것이다.

어떻게? 이 분 뭐하시는 분이고, 무슨 고민 있으실 분인지 매일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는데 안 나올까? 새로 집을 사셨다. 그럼 집 보험을 들고 가면 된다. 새로 비싼 차를 살려고 여기저기 딜러들에게 전화문의도 넣고, 시승도 하고 있다. 어차피 그런 고가 상품은 단번에 구매를 안 하고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할테니, 그 고민하는 기간에 자동차 보험을, 그것도 살려고 하는 차종에 딱 맞는 옵션을 넣어서 찾아간다.

 

4.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만남

IBM이 내놓은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이 챗봇으로 강력한 성능을 보인다는 뉴스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그 기술을 응용해서 보험 사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기사가 떴다. 펀드 매니저들이 하는 일들을 대신해준다는 로보 어드바이저는 이미 상품으로 나와서 출시까지 된 상태다.

이거 전부 예전에 했던 자동화 시스템의 일부 아니냐는 분들이 있는데, 여태까지의 상품들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머신러닝”이 아니라 단순히 Hundreds of “IF”s 명령어를 쓰는 “짝퉁”이었다면, 빅데이터가 더 쌓이면서 정말로 인간이 해야된다고 했던 작업들이 “머신”이 빠른 속도로 배우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필자가 직장 찾으려고 처음에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들 면접을 갔더니, 파생상품의 가치 계산하는데 쓰는 수학인 Stochastic calculus는 트렌드가 지났고, 이제 머신러닝 얼마나 아는지가 제일 궁금하다고 그랬다. 월마트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걸 예측하는데, 예전에는 월마트의 과거 주가만 사용했지만, 이제는 월마트 주차장에 차가 몇 대 들어오는지를 인공위성 사진을 읽어서 계산한단다. 한 대의 차가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금액을 쓰는지 나와있으면, 차량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가 월마트의 매출액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머신러닝으로 빅데이터를 만들어내고, 그걸 다시 머신러닝에 적용시켜 주가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끝으로

오늘 이 글의 제목은 “충격”이지만, 2-3년 후에 같은 글을 쓰게되면 “AI가 바꾼 우리 삶의 ‘현실'”이 될 것이고, 다시 2-3년이 더 지나면 “그땐 그랬지”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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