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의 적폐(敵弊), (꼰대) 개발자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기 위한 최고의 학부 전공은 통계학이고, 관련 내용을 충실하게 배운 컴퓨터 과학, 산업공학, 경제학 출신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쌓고 졸업한다. 같은 맥락에서, PPT 만들다가 졸업하는 경영학과나, 코드 치다가 졸업하는 컴퓨터 공학과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별 관련 없는 전공들이다.

그런데 왜 오해들을 할까? Data “Science”가 데이터 “분석”이나 “해석”으로 곡해되어 있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체계화 하는 작업에 코딩이 들어가니 컴공들이 하는거라고 잘못된 생각을해서 일 수도 있다. 좀 더 나가면 머신러닝 “패키지”라고 이름 붙은 것들 중에서 “자동화” or “정형화”된 코드를 그냥 “갖다 쓰면” 되는 부분들이 좀 보여서 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사업차 미팅을 가거나, 저녁 시간에 짬을 낸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 중 경영학과 출신들은 수식이 좀 나오면 대부분 “알아서 꼬리를 내리”더라. 모르는거니까, 학부 때도 깊이 없는 공부하는거 같아서 찜찜했는데, 정말 저런 지식들이 쓰이는 영역이 있구나, 눈치껏 도망가자는 생각을 하는게 눈에 보인다.

근데, 개발자들은 도무지 알아먹질 못하는 눈빛이다. “개발자 부심”이라고 하던데 (속칭 “개부심”….), 끝까지 다 할 수 있다고 바득바득 우기고, 심지어는 통계학이 뭐가 중요하냐, 머신러닝이 모든 걸 다 자동화 할 수 있다고 광신도처럼 믿고 있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정말로 그랬으면 인류가 지난 몇 백년간 쌓아올린 모든 학문의 연구자들이 전부 “알파고”로 대체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박사과정, 교수, 연구직 등등의 업무가 하나도 필요없다는 말과 같다. 겨우 데이터를 이용한 패턴 매칭하는 코드 카피하는 개발자 주제에 꿈도 크다고 말해주고 싶다 ㅋㅋ)

 

(꼰대) 개발자들의 거만함 – 개발자 부심 or 개부심

몇 줄 코딩 베끼기 지식에 대한 그런 퐝당한 거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 경영학과 친구들처럼 옆 동네 경제학과 애들한테 학부 시절부터 “PPT나 만들던 X보들ㅋㅋ”이라는 모욕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일까? 공대도 자연대 앞에서 기죽지 않나? 공대 안에서도 다른 전공들 대비 코드치는 컴공의 (수학적인) 학문적 깊이가 얕다는 사실을 인지할 기회가 없나? 그동안 만나봤던 컴공, 전기공 교수들도 인정을 하던데, 왜 박사 받고 와서 가르치는 레벨도 아니고 학부 갓 졸업하고 직장생활 n년 했던 개발자들이 그렇게 거만한거지? 님들 진짜 수학 하나도 모르시던데, 왜 수학이랑 수리통계학 엄청 쓰는 분야와서 물 흐리고 있냐? 수학 공부나 좀 하고 거만해지던가?

개발자들의 거만해빠진 메일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보통은 데이터 사이언스라는거 그냥 쉽게 코드 카피해서 쓱쓱쓱~ 하면 전문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티가 팍팍 난다.

아래는 국내 어느 유명 IT 기업에 다닌다는 개발자가 쓴 메일이다.

제목: 개발자 관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좀 더 이해하고자 문의 메일 드리게 되었습니다.

내용: 안녕하세요. 블로그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매우 알차게 읽었습니다. ^^; 저는 현재는 XX라는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고, 데이터를 다루는데 있어서 여러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C++, Python, Lua, C#, Javascript 등의 언어 스킬과 Docker, Kubernetis, Mesos (DC/OS), Spark의 운영과 분산 잡모델, 빠른 데이터 검색 등에 대한 오픈소스 개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YY와 관련한 정보를 전반적으로 다루는데 흥미를 느끼고 있고, 이를 위한 개인 프로젝트 및 회사를 창업하는데까지도 목표를 두고 데이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에 대해서 보다가, 일개 개발자 이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좀 필요해서 개인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인터뷰가 가능할지 문의하고자 메일 드리게 되었습니다.

 

거만함? 모자람!

초딩이 수학과 교수한테 “3+2=5정도는 알고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암산 속도 빠르다는 평가 받고, 당신 블로그 글은 좀 읽어봤는데, 수학 박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해서 개인 인터뷰가 가능할지” 라고 묻는 걸 초딩의 거만함이라고 불러야할까? 모자람이라고 불러야할까?

올바른 인식 쌓으라고, 제발 좀 읽고 정신차리라고, 써 놓은 글만해도 100개가 넘는데, 글을 다 읽고 이해했으면 저런 메일을 썼을까? 읽어봤는데도 “올바른 인식이 필요해서 개인 인터뷰가 가능할지” 물어보는 메일을 쓸 용기가 나는건 거만함일까? 모자람일까? 내 밥벌이할 시간도 부족한데, 하다못해 통계학 석사하고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도 아니고, 완전히 비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개발자가 뜬금없이 개인 인터뷰라니? 대기업에서 임원 자리 제시한다고 미팅 요청받던 날도 이런식으로 뻣뻣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더 문제는, 저런 (거만함 가득찬) 개발자들 이메일받는게 한 두번이 아니라는거다. 심지어 찾아와서 면담하겠다고 약속도 없이 사무실에 들이닥치는 개발자들도 있었다.

개발자들이 잘 몰라서 저런 메일을 썼다고 변경하기에는, 정말 개발자 말고 다른 직군에서 저런 도전적인 메일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보통 다른 직군분들께는 수업을 듣고 싶은데 수학 훈련이 덜 되어서 자신이 없다는 메일은 꽤나 받아봤고, 메일 안에 블로그 글의 맥락을 이해라도 한 티를 낸다.)

개발자가 아닌 다른 집단에서 필자에게 개인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을 받는 경우는 갑질하기로 유명한 A급 언론사에서도 차장급 기자, 머신러닝을 응용해야하는 프로젝트를 이끄는 대기업 부장급 고위직들이다. 이름 알려진 스타트업은 대표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대학 계시는 교수님들이 지인 통해서 질문하면서 시간을 더 뺏기 미안하니, 특정 부분 강의 노트 좀 공유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긴 했다. 필요하다면 돈을 충분히 낼테니 자기 논문에 공동 저자로 올라와 달라고 머리 숙여 부탁하는 분들도 있다. 한발자국 나아가 교수직에 계신 분들이 머리를 숙이고 Pabii 수업에 오시는 경우도 은근히 있다. 그동안 박사학위자들 모인 연구소나 관련 기관에서 강의한 경험을 미뤄볼 때, 공부를 어지간히 한 분이라도 수업에서 놀라고 가는 부분이 꽤나 될 것이다.

“업력 = 내공 = 나이”는 아니겠지만, Best proxy라고 했을 때, 필자보다 최소한 5-10년 정도는 윗 줄이신 분들도 그렇게 고개숙인 메일을 보내주신다. 그정도 되시는 분들도 남의 시간을 뺏는걸 미안해하는티가 나고, 어떻게 반대급부를 제시해야하는지 조심스레 타진을 하는데, 도대체 개발자들은 무슨 정신상태길래 저런 메일을 보내는 걸까?

내가 특별히 잘난 인간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높은 직위에 앉으신 분한테 그런 공손함이 가득한 메일을 받으면 죄송스럽다. 그럼에도 회사 대표가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거절을 하더라도 최대한 예의를 지키게 되는데, 저런 “개부심” 가득한 개발자들 메일 받고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성인군자는 못 되는거 같다.

(Source: CommitStrip.com)

– 개발 방식의 If-Then으로 “인공지능”을 주장하는 허구에 대한 조롱

 

 

왜 그럴까? – 한국 IT업계의 수준이 낮아서?

건설현장의 노가다꾼이 설계도면 그리는 건축가한테 “설계도면 그리는 건축학 지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해서 개인 인터뷰가 가능할지” 물어보면 건축가가 뭐라고 대답할까? 건축공학과 말고 건축학과 5년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이 물리학, 화학 같은 자연과학부터 미술, 조경같은 예술적인 내용까지 어마어마한 내용을 배우던데, 노가다 10년 출신이 벽지, 배관, 씽크대, 화장실 타일 공사 등등을 해 봤다면서 건축가랑 1-2시간 이야기하고나면 건축학에 대한 조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뭐라고 해 줘야하나?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나왔다. 우리나라 IT 회사들이 데이터 작업을 개발 경력과 동일시하는 저급 인력 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N모 게임 회사의 데이터 관련 부서는 부서장이 전직 개발자인데, 내세우는 경력이 어느 코딩 대회 우승이더라. 그리고 회사 안에서 “데이터 = 자신”이라는 명성을 긴 시간 쌓아올렸다고 하던데, 관계자들을 통해서 가만히 들어보면 여러방식으로 1차원적인 그래프 그려보고 고민하는 경영학과 애들 수준의 분석을 해 놓고는 그걸로 데이터에 대한 내공을 쌓아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더라.

1차원에 살고 있다보니 2차원이나 3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혀 이해 못하고, 그런 일을 시도할 수도 없는 문화가 조성된 상태가 계속되니 1차원 세계에서 간단하게 뚝딱뚝딱 코드쳐서 만들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개발자들에게 데이터 업무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1차원 사람들이 반응률 0.0x% 알고리즘에 머물고 있는 동안 3차원에 사는 사람들이 반응률이 1%가 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는거다.

그런 프레임을 못 벗어나고 있으니 “Data Science라는 것도 코딩 들어가고 개발 비슷한 모양새인데, 저 사람이랑 1시간 정도 이야기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겠지”라는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질 못하는거 아닐까? 1시간 이야기할게 아니라 한 학기 동안 수학 + 통계학 고학년 전공 수업을 꽉꽉 채워서 듣고와도 힘들꺼라고 본다. Pabii의 데이터 사이언스 수업 수강생 분들은, (우리회사 직원들은 더더욱) 공감할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우리나라 IT업계 자체가 2000년대 초반에 컴퓨터 공학과 출신들이 간단한 아이디어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을 하는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왜 실리콘 밸리와 큰 격차가 나고, 우리나라는 언제나 Follower 밖에 못하냐고? “연구”할 수 있는 능력,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자연과학 지식은 “이론적인 건 쓸데가 없다”는 식으로 철저하게 업무에서 배제하고, (베껴쓰기는 했지만) “하루만에 해냈다”고 칭찬하는 문화, 베껴쓰기 빨리하기를 권장하는 기업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2008년부터 도입했던 이미지 인식 기반의 검색기능을 2018년에 국내 최고 포털 서비스에서 겨우 시도하는게 딱 좋은 예시인 것 같다.

수업에 오는 IT업계 사람 비중, 개발자 비중이 대단히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코드 베끼기가 주 업무인 그 산업이 가장 지적인 도전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수업하고 난 다음에 받는 질문들을 보면 박사 학위자들 제외하고, 금융권에 계신 분들의 질문 수준이 제일 높다. 더 미안한 말인데, 컴공 출신들의 질문 수준보다 공대에서 경영학과라고 무시당하는 산공과, 문과라고 무시당하는 경제학과 출신들의 질문 수준이 훨씬 높고, 당연하겠지만 통계학과 출신들의 질문 수준이 더 높다. 가끔은 날카로워서 오싹했던 질문도 있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200명 정도의 학생을 최소 1달간 가르치면서 나온 stat이다. 수학 모르면 오지마라고 엄포를 놓았던 그 수업에서.

위의 설명이 틀렸다면 남는 답안은 한 가지 뿐이다. 사회성 결여 레벨 높다고 놀림 듣는 박사들보다 개발자들이 더 심하게 사회성이 결여된 집단이라는 답. 나는 잘났으니 니가 쓴 글 따위는 읽지 않고 니가 직접 시간을 내서 내 앞에서 설명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식의 갑질하는 메일 쓰고, 약속도 안 잡고 사무실에 무작정 쳐들어와서는 미팅을 요구하는 무례한 짓에 대한 다른 합리적인 설명이 있나?

 

 

나가며 – 적폐 Out! 개부심 Out!

개발자들한테 정말 미안한데, 그냥 개발만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 코딩 실력만으로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이해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블로그 다른 글에서 여러번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강남, 판교의 현실이 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영국의 City of London 수준으로 잘 훈련된 Data Scientist를 소화할 레벨이 아니라는건 알지만, 당신들이 Data Science 하겠다고 달려드는 걸 보면, 선형대수학 증명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경영학과 친구들이 Finance 박사가겠다고 까불던 학부 4학년 시절이 오버랩된다. MIT 물리학 박사, 수학 박사 하고 난 다음에 Post-Doc 대신에 박사 하나 더 하겠다고 들어가야할만큼 수학적인 훈련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던 Finance 박사에 경영학과 출신이고 증권사 2-3년 다녔다고, 수학은 몰라도 업계의 지식이 있다고 까불던 그 친구들 ㅋㅋㅋ

증권사가서 세일즈 or 주식 트레이딩이나 해라고 놀려줬던 그 경영학과 친구들이 증권사에서 이제 차장급, 팀장급 짬이 되어있는데, 한국 증권사들 수준이 10년전의 그것과 똑같음에 냉소를 짓고 있는 오늘의 내 모습이 10년 후에 한국의 IT업계를 바라보는 모습과 오버랩이 될지, 아니면 우리나라 IT업계가 정신을 차릴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더들이 Data Science 업계에서 얼마나 빨리 쫓겨나느냐에 달려있을 것 같다.

이걸 코딩이라고 생각하는 당신들,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당신들이 적폐다. 당신들이 쫓겨나야 한다.

앞으로 pabii 블로그 글 안 읽고 위의 저런 메일 쓰는 개발자들 있으면 RTFM과 이 글 링크만 보내준다.

 


우리회사 채용 공고는 항상 블로그 글을 읽고 감상 소감을 써 내라는 요구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하겠지만 감상 소감이 부실하면 면접 안 본다. 사람을 뽑겠다고 시간을 쓸 작정을 하고 있을 때도 블로그 글을 읽고, 회사의 성장 방향과 사업 내용, 회사 대표의 생각을 읽고 찾아오기를 요구하는데, 바쁜 사람한테 시간 내 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블로그 글 1-2개만 읽고 연락하는 무례한 분께 시간을 내 드릴 수 있을만큼 착한 사람은 못 되는 것 같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요구한다면 그만큼의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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